검술

골프와 검술

JJHGolf 2019. 11. 24. 18:53

처음 골프를 시작하면 무조건 상대방을 이기려 덤벼든다. 이력이 쌓여가며 매너를 배우고 골프를 잘 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자만과 아집에 빠져 승리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단계를 지나서야 겨우 골프란 상대방이 아니라 나와 싸우는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는 나와도 싸우는 것이 아니라 화해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무술에서나 골프에서나 진정한 고수가 되기란 이처럼 멀고 험난하다..

검술은 권법과 달라서 무게가 있는 물체를 들고 휘두르는 기예이다. 
검은 원운동이나 직선운동을 하게 되므로, 근육과 인대는 물체의 관성과 원심력에 노출되는데, 
중력이 있는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권법 훈련도 자신의 팔 다리의 말단이 원심력과 관성에 노출되지만, 그 정도가 무기술보다는 많이 적다.

죽도가 아닌 무거운 검으로 검술을 수련하다보면 딜레마에 부딪힌다.
기량 향상에 필요한 운동의 절대량을 수행하려면 적어도 하루에 100분 정도는 강하게 단련해야 하는데, 
진검을 들고 100분간 강도 높은 훈련을 지속한다는 것이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다. 

초보자가 1kg 정도 무게의 검을 들고 30분이상 휘두르기를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대부분의 지도자와 수련자들은 정신력을 강조하며 근성과 노력으로 이 고통을 감내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 정신력으로 고통스러운 단련을 극복하면 어떻게 될까?

대개 70% 정도의 수련자들은 신체 일부의 부상과 통증을 얻은채 기권하게 되며, 
부상에서 살아남은 20-30%의 수련자들만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인간의 몸은 사람마다 체질과 체력이 다르며, 같은 훈련을 하더라도 결과가 동일할 수는 없기 마련이다.

부상이나 근육통으로 훈련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검술을 ‘내가 먹을 수 없었던 신포도’ 정도로 여기게 되고, 
부상에서 살아남아 검술의 공을 이룬 사람들만이 검사로 이름을 올리게 되니, 참으로 불공평한 상황이 된다. 

부상은 대부분 관절부위에서 일어난다. 조금뒤에 설명하겠지만, 각 관절은 물리학의 회전관성에서 말하는 중심축에 해당한다. 

회전력과 토크가 강해지면서 고정되어 있어야 할 중심축에 피로파괴가 일어나는 셈이다.


부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체의 중심선에서 검까지의 거리가 멀다는데에서 기인한다. 

중심축과 회전하는 물체와의 관계, 회전체가 돌아 가는 힘, 이것을 ‘토크’라고 부른다. 

토크는 스패너로 나사를 돌릴 때, 자동차의 엔진 피스톤 운동에서도 관찰되며, 
골프와 테니스, 검도에서도 동일한 물리법칙으로 나타난다.
 
검술 훈련을 하면서 나타나는 잘못된 자세들은 팔꿈치로 검을 쓰는 것이 대표적이다. 

회전은 손목, 팔꿈치, 어깨에서 모두 일어나는 것이 정상이지만, 팔꿈치를 펴고 고정한 후에 사용하는 초식에서도 팔꿈치를 구부리는 잘못이 흔하다.

이런 문제는 크게 두가지 원인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회전축이 되는 손목의 유연성 부족으로 인해, 충분히 손목회전을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손목 회전을 포기하고 팔꿈치를 회전시키는 것이다. 

손목의 유연성이 없는 상태에서 손목을 회전시키면 손목의 디스크들이 강한 압력을 받게 되고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런 통증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일자로 고정하고 팔꿈치를 구부려 회전시키게 된다. 물론 잘못된 자세다.


둘째는 회전시킬 때 검의 무게(골프클럽 - 샤프트의 플렉스, 스윙웨이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의 무게는 상수이며 고정값이다. 

검의 무게를 줄일 수 없으니, 반지름 r값을 줄여서 전체 토크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회전 반지름을 줄이니까 전완 팔뚝에 가해지는 압력과 텐션도 줄어들게 되고, 몸은 편해진다. 물론 잘못된 동작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세는 망가지고 검의 속도와 파괴력은 감소한다. 이런 자세를 속말로 개칼이라고 한다. 
잘못된 자세는 검의 각도와 회전각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수련한 사람의 검과 부딪히면 백전백패다. 
검의 끝이 도달하는 거리에서 지고, 회전력 즉 파워에서 지고, 속도에서 진다.
무리하게 회전운동에 관절을 노출시키면, 결국 질량중심이 파괴되는 일이 벌어진다. 질량중심의 파괴가 바로 관절 부상이다.  가벼운 것을 엘보 증상이라 하고, 심한 것은 깁스를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악으로 깡으로 강한 훈련을 감내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상자는 탈락하게 되고, 
소수의 생존자들만이 남는다. 올바른 지도자는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임무다. 

검의 회전은 여러개의 무게중심이 있기 때문에 토크값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회전중심은 각 관절들이며, 질량중심은 견갑대와 코어다. 
검의 회전에서 원점에 해당하는 질량중심은 견갑으로 보아야 합리적인데, 견갑대를 안정화 하는 것은 척추를 포함하는 코어 부위이므로, 

견갑과 코어 전체를 검 회전의 질량중심으로 보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견갑과 코어 전체를 통으로 묶어서, 이 부위의 힘을 팔괘장에서는 ‘정경(整經)’이라고 부른다. 
무술에서 힘을 쓸 때는 코어의 힘만, 견갑의 힘만 분리해서 쓸 수 없고, 그렇게 할 수 있지도 않다. 
인체의 힘은 통으로 쓰기 마련이며, ‘정경(整經)’의 향상이 내공단련이다.

ps. 필자는 중세유럽 검법( HEMA : Historical European martial arts )을 배우고 있지만, 검의 무게를 느끼며 원심력을 이용한 동작과 기술(Sword spin)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예를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검술에서 필요로 하는 힘은 역도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얻을 수 없다. 역도는 역기바가 항상 인체 중심선에 위치하므로, 
토크량 계산에서 거리 r값을 최소화 시킨다. 100kg을 스쿼트 하고 푸쉬프레스 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만, 
100kg 역기를 손바닥으로 받쳐들고 팔을 직선으로 펴서 수평으로 뻗을 수 있다는 사람은 들어본 바가 없다. 
역도성 운동은 모든 운동의 어머니이지만, 이것만 해서는 무술에서 요구하는 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간단한 예를 든다면, 역도선수는 유도의 기울이기에 취약하다. 
역도 선수는 웬만한 스포츠맨보다 힘이 월등히 세지만, 기울어진 상태에서 힘을 제대로 낼 수 없고, 펀치가 강하지도 않다.


검술에 필요한 정경을 단련하기에 가장 좋은 기초 훈련은 석단공의 기초동작에서 발견할 수 있다. 
스쿼트 동작으로 앉았다가 일어나며 손에 받쳐 든 웨이트를 회전시키는 훈련이다. 
석단공 공법에서 제일 중요한 기초는 추상 프레스 이며, 두 번째가 철봉바를 수직으로 회전시키며 스쿼트 하는 동작이다. 

이 훈련은 코어와 척추, 견갑대를 한꺼번에 통으로 단련시키며, 질량중심에서 멀리 있는 웨이트에 대한 콘트롤을 훈련한다. 

즉 r값이 최대한 멀리 있는 상태에서 인체 질량중심을 강화하는 훈련이다.


이런 훈련들 이후에, 해머로 타이어를 치는 훈련, 도끼로 장작을 패는 훈련들이 유용하다. 
이 다음에는 순서대로 회전하는 메이스 훈련, 곤봉 훈련중에서 선별한 몇가지 훈련이 있다. 

과거 고대의 선조들도 이런 단련들을 통해 무기술 훈련을 해 왔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무기 훈련은 3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신체가 5천년전과 현재나 다른 것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고대 올림픽에서 시행했던 고대 5종경기의 종목은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달리기, 레슬링, 멀리뛰기 이다.
원반던지기는 회전력을 훈련하여 칼 휘두르기에 좋은 단련이고, 창던지기는 펀치와 투척을 단련한다. 
달리기는 전신지구력 훈련이고, 레슬링은 글자 그대로 유술 격투기이며, 멀리뛰기는 순발력 훈련에 해당한다. 
고대 5종은 전사를 양성하기 위한 군더더기 없는 전투체육이었다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천보채에는 원반훈련을 위한 각종 무게와 다양한 크기의 강철링 들이 준비되어 있으며, 가장 무거운 것은 25kg에 달한다.  200kg 타이어와 각종 무게의 해머도 완비되어 있다.


올바른 지도자는 단련 과정에서 몸의 자세와 각도, 회전운동에서 R값에 대한 적절한 조정 등등을 해 줄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세심한 훈련지도와 인체 튜닝이 없으면, 인간의 몸은 당장 고장나게 마련이다.



부상을 최소화 하는 단련, 이것이 모든 무술인들이 원하는 최고의 상태다. 

부상을 최소화 하는 사람이 고수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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